한국고고학이 문화사고고학적인 연구는 결코 후진적이지는 않지만, 주변과학과의 공조가 적어서 우리의 인식이 인공유물과 유구에만 갖혀있고, 선진고고학에서 요청되는 자료를 현재 발굴현장에서도 많이 훼손되거나 버려지고 있다. 분석고고학의 연구는 대체로 우리의 의식주, 환경과 관계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결과는 인문학적 고고학의 경계가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서양선진고고학이 한국고고학에 기여할 것은 사회와 여러 현상과 용어에 대한 개념과 구성 요소에 대한 설명일 것이다. 우리는 발굴현장에서나 책상에서나 그들이 연구한 성과를 염두에 두고 사색의 폭을 넓히고 또 기획하고 실행한다면 분명히 한국의 신고고학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저도 용어에 대한 개념은 없거나 매우 잘못된 쪽에 서 있었습니다. 서양선진고고학의 입장에서 한국고고학을 견인할 수있는 연구자들께서 단순한 서술로서의 주장을 할 것이 아니라, 분명하고도 실증적인 설명을 해주어야만 비로소 한국고고학이 바른 길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주장하는 것은 예컨데 '세계고고학 속에서 가족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므로 송국리문화 또는 전기 주거지의 구성원을 가족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등의 모호한 주장은 곤란할 것입니다. 최소한 사회상이 어떠하며, 어떤 생계형태이며, 집단의 규모와 성격이 어떠한지를 밝혀야만 비로소 한국고고학에 접목이 가능한 선진이론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것 또한 하나의 주장일 뿐이며 어떠한 다른 주장을 뒤덮을 수는 없습니다.
한국고고학에도 연구의 다양성과 각자의 개성이 풍부한 연구 환경이 바람직인 토양을 이룬다고 믿습니다. 학회는 이런 환경과 분위기를 이끌어가야 할 것입니다. '지식의 반감기'에 따르면 정보가 늘어나면 당연히 기존의 대부분 지식은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자료와 지식이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기존의 학설은 더 많이 폐기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치있는 것은 현재의 시점에서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작지만 개성이 있거나 새로운 가치를 찾았거나 보편적인 인식을 조금이나만 넓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문의 세계에서 언제든 어디서든 당연히 버려야 할 것은 권위입니다. 제 자신이 지키고자 한 철칙을 여기에 밝혔습니다만 너그럽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생각해보니 여기에서는 익명의 글쓰기가 불가한 쳬제이기때문에 제가 일방적으로 허언만을 널어두게 되었습니다. 비판이나 수정이 되지 않는다면 공허할 뿐이며 아무런 가치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글로 마칠 수밖에 없지만 언제 제 글에 대한 비판이 더해져 완결되기를 기대합니다. 노인의 노기로 웃어 넘겨주시기 바랍니다.
중부고고학회의 발전과 한국고고학계의 견인을 기원합니다.
2021년 3월 29일 안재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