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문화재 업무의 지방자치단체 이양을 반대한다.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2012.06.11
조회수3124

매장문화재 업무의 지방자치단체 이양을 반대한다.


  최근 대통령소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PCD)에서 매장문화재와 관련하여 핵심적인 업무(발굴허가, 조사기관 등록, 매장문화재 발견 및 국가귀속 등)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에 이양을 추진하고 있음이 알려졌다. 우리는 중앙과 지방의 상생ㆍ발전을 위한 지방분권화에 반대하지 않지만, 이번에 지방자치단체 이양을 추진하는 업무가 과연 지방분권의 대상이 되는 것인지에 대하여 근본적인 의문을 갖고 있으며, 또한 그에 따른 부작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를 표명한다.

  우리 헌법 전문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으로 적시하고, 제9조에서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재를 보호해야 하는 것은 문화재가 소중한 민족의 유산으로 오늘을 사는 우리들만의 것이 아니며, 길이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중요한 공공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헌법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중앙정부에서는 매장문화재에 대하여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하 ‘매장문화재 보호법’)’을 통해 보호하고 있다.

   매장문화재는 본질적으로 유한한 자산이므로 그 원상의 훼손을 수반하는 발굴은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매장문화재보호법의 취지는 발굴도 파괴행위이기 때문에 원래의 상태로 잘 보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매장문화재 보호법 제11조(매장문화재 발굴허가 등) 제1항에서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은 발굴할 수 없다.’고 정하고, 다만 예외적으로 발굴을 허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발굴은 사회 공공의 이익과 부합할 때 다양한 논의를 거쳐 제한적으로만 허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까지 중앙정부에서도 매장문화재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었다. 그동안 개발이 최선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중앙정부(문화재청)에서 조차도 개발과 매장문화재 보존이 상충되는 경우 이를 조정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 오로지 문화재 보호를 위해 설치된 문화재청에서도 개발과 보존이 상충될 경우 그 조정역할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서 개발논리에 쉽게 휘둘릴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로의 업무 이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지방이양 대상업무는 매장문화재 보호법에서 핵심적인 업무로서, 그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할 성격의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고도의 정책적인 판단이 필요한 업무이다.

  물론, 우리는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다만 지방자치단체는 자기 지역의 개발 등에 관심이 더 클 수밖에 없고, 또한 매장문화재가 개발에 걸림돌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매장문화재 보호업무를 담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개발사업에 대한 권한과 매장문화재 보존 관리의 핵심인 발굴 허가의 권한을 함께 갖는다면 결국은 개발 압력에 떠밀려 매장문화재 보존은 뒷전에 밀리게 될 것임은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또한 매장문화재에 대한 보호정책이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로 분산될 경우 서로 다른 기준에 의해 형평성 있는 보호정책 추진이 어렵게 될 것이다. 지금도 지방자치단체마다 매장문화재 보호에 대한 시각에 차이가 있어 유적의 보전여부가 서로 다른 잣대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사례를 수 없이 보아 왔다.

    이에 우리는 중앙과 지방의 균형 발전을 견인하는 지방분권정책에 대해서는 적극 지지하지만, 이번 매장문화재 보호의 핵심 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는 것은 결코 추진되어서는 안되는 일이기에 반대한다. 이번 이양대상 업무는 그 성격 자체가 근본적으로 중앙정부가 해야 할 기본 업무일 뿐만 아니라 엄격하고 균형감이 있는 기준에 의해 전국적으로 일원적인 관리를 필요로 하는 업무이다. 이제 국민소득 증대로 문화향수권의 확대가 필요한 시점에서 중앙정부가 매장문화재에 대해 더욱더 집중적인 보호정책을 펴야 할 때이기에 이에 역행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

  우리 모두는 선조들이 남겨 주신 소중한 문화재를 잘 보존하여 후세에 넘겨주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매장문화재는 한 번 파괴되면 다시는 원형을 회복할 수 없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를 방기하고 매장문화재의 멸실을 촉진하는 정책추진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2012 년  6 월  11일


중부고고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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