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문화재 업무 지방이양”에 대한 우리의 입장-한국문화재조사연구기관협회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2012.06.07
조회수2515

매장문화재 업무 지방이양에 대한 우리의 입장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령”(이하 매장법령)은 매장문화재를 보존하여 민족문화의 원형을 유지계승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보호조사 및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우리의 국토는 유구한 역사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고, 이를 보존하여 후세에 물려주는 것은 의무이다.


최근 지방분권촉진위원회에서 매장문화재 발굴허가권, 조사기관 등록 업무, 발견신고 처리 업무 등을 지방으로 이양하고자 추진하고 있다. 중앙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고, 지방분권을 촉진시키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식하고 찬성한다. 하지만 그 논의과정에 있어서는 충분한 검토와 준비가 필요하다.


매장문화재 관련 업무는 개발사업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문화재청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민간 등에 의하여 진행된 개발 사업으로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가지고 매장문화재를 보존하고자 노력하여 왔다. 이는 문화재청이 개발사업의 주체가 아니었기에 가능하였다. 하지만 매장문화재 업무가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될 경우 매장문화재 보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


지방자치단체장은 그 지역에서 시행되는 각종 개발사업의 승인권자이자 시행자이기도 하다. 여기에 규제를 목적으로 제정된 매장법령발굴허가권 등이 이양된다면 개발권과 매장문화재의 보존에 대한 상반된 이해가 충돌하게 된다. 이 경우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명약관화하다.


매장법령에서는 유적의 무분별한 훼손을 방지하기 위하여 엄격한 절차와 심의과정을 거쳐 발굴조사를 허가하고 있다. 발굴조사 자체는 유적의 현상을 변경하는 파괴행위로 제한적으로 실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발굴허가권이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된다면, 지방자치단체의 경제논리에 의해서 기존에 보존되고 있는 유적에 대한 발굴이 쉽게 결정될 우려도 있다. 특히 경주, 부여 등 고도보존지역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면 문화재 보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될 소지가 있다.


발굴허가권과 조사기관 등록 및 취소의 권한이 동시에 이양되는 것도 문제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매장문화재 조사와 관련된 모든 권한을 독차지하게 되면, 이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해진다. 민주국가에서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유적에 대한 개발과 보존 권한을 동시에 몰아준다면, 보존보다는 개발을 염두에 둔 문화재 정책을 실시할 위험이 증가된다.


매장문화재 업무의 지방이양이 지방분권 촉진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고려되어야 한다. 매장문화재 업무를 이양 받기 위해서는 이에 따른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에도 문화재위원회가 조직되어 있으나 매장문화재 전문가는 지역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심지어 지역 내에서 매장문화재위원회를 구성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 또한 이 업무를 담당할 조직이 갖추어지지 않은 지방자치단체가 대다수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업무만 이양한다고 해서 지방분권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 오히려 현 제도의 공백이 생겨서 예기치 않은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를 검토할 때 매장문화재 업무를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이 사안에 대한 여러 문제에 대하여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그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여건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조심스럽게 추진되어야 한다. 문화재는 한 번 파괴되면 다시 원형을 회복하기 어렵다. 선조들이 남겨 주신 소중한 문화재를 보호보존하여 후세에 넘겨주는 것은 우리의 숭고한 사명이다. 이를 위해서 돌다리도 두들겨 건너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방분권촉진위원회에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감안하여 매장문화재 업무 지방이양을 재고하여 주시기 바란다.


 


201264


 


사단법인 한국문화재조사연구기관협회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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